요즘이 가장 일교차가 심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이나 저녁이나 한낮이나 항상 따뜻했고 얼마 후면 아침이나 저녁이나 한낮이나 계속해서 춥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아침저녁으로는 꽤 쌀쌀한데 반해 한낮에는 좀 덥다 싶을 정도로 따뜻합니다.

지구는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어 북반구에서는 여름에는 해가 높이 뜨고 겨울에는 낮게 뜬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여름에는 해가 거의 직각으로 내리쬐어 더 뜨거운 것이고 겨울에는 해가 한참 기울어 비추니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오늘의 해는 어디쯤 떠 있습니까?

날이 몹시 추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날이 따뜻한 것도 아닌 요즘이 가장 옷 입기가 애매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침 날씨에 맞춰 옷을 입자니 한낮이 되면 덥고 그렇다고 한낮에 맞춰 옷을 입으면 아침저녁이 꽤 춥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다양한 옷차림이 눈에 띄고 감기에 걸린 사람들도 제법 많은 듯합니다.

가을의 하늘은 어느 때보다도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구름은 더 희게 느껴지고 하늘은 더 높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날이 추워지면서 그 푸르던 하늘빛이 점점 차가운 회색빛으로 변하는 듯합니다.

날이 꽤 차갑습니다.
거리에는 목도리에 얼굴을 묻은 채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여러분의 아침은 어땠습니까?

한참 아름답게 노란빛으로 물들었던 거리의 은행나무들이 잎을 떨구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보다 길에 붙어 있는 나뭇잎이 더 많은 듯합니다.
벌써 가을이 이별을 고하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야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곳이 떠오르십니까?
홍콩이나 싱가포르 프라하가 떠오르십니까?
저는 우리나라 또한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야경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이 그러하고 부산이 그러합니다.

벌써 11월도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줍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띕니다.
사람들은 작은 봉투에 노란 은행을 열심히 주워담으며 마치 보물이라도 주운 듯 기뻐합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기아 체험 24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그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느껴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잠시만 끼니가 늦어져도 배가 고프다고 투정을 부리는 우리에게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하는 그들의 삶은 어쩌면 낯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잠깐씩 얼굴을 내미는 태양 덕분에 한낮에는 그나마 온기가 느껴지지만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꽤 쌀쌀합니다.
이런 추위를 다른 이들보다 더 춥게 더 쓸쓸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져 오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빈 지갑이 더 허전해지고 빈 옆구리가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은 그들과 비교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해도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해가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날이 추워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가 짧아지니 하루가 더 일찍 끝나는 듯하고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듯합니다.

올해 11월은 예년보다 기온이 높아 더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저녁으로만 조금씩 쌀쌀할 뿐 한낮의 기온은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포근하다 못해 덥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는 다양한 옷차림을 볼 수 있습니다.

잘 익은 과일은 진한 향을 뿜어내지요.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면 과일은 물러지고 향은 날아가 버립니다.
맛을 잃어가는 것이지요.
계절도 그러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11월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수능 시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1월은 `수능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외국에서 바라보면 수능은 좀 우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해 긴 시간 준비를 했고 그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되니 말입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되돌아 보면 우리는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혹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십니까?

달력은 아직 11월에 머무르고 있는데 날씨는 벌써 한겨울로 접어든 듯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뼈의 밀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은 병원에서가 아니라 뼛속으로 추위가 스며드는 오늘 같은 날입니다.
어릴 적에는 피부로만 느껴지던 추위가 이제 나이만큼의 깊이로 피부 속을 파고듭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과 이별하고 겨울을 맞이해야 할 듯합니다.
온 힘을 다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도 내리는 비에 그 빛을 잃게 되겠지요.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할 것입니다.
이 비에 그나마 몸을 가려주던 나뭇잎을 떨어내면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의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거리 곳곳에 있는 나무들이 잎을 화려한 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짙은 녹색이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면 가을빛으로 물든 산은 성숙하고 여유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여름을 젊음의 계절이라 하고 가을을 여인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