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이 우리 앞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번 무언가를 마주할 때마다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우리는 선택의 순간을 피하고 선택을 망설이게 됩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기가 힘든 봄입니다.
겨울에 추위를 견디느라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몸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인 탓인지 몸이 물에 불린 과자처럼 흐물흐물해졌습니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봄이 저에게는 오히려 쉬고 싶어지는 계절로 느껴집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휴대 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 있습니까?
아마 그렇다면 미개인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휴대 전화 덕에 친구와 만남이 쉬워지고 길을 찾는 일도 쉬워지고 소식을 전하는 것도 빨라졌습니다.

어린 시절에 봄이 되면 어머니와 뒷밭에서 냉이를 캤습니다.
어떤 냉이는 잔뿌리만이 얕은 땅에 박혀 있어 캐기가 쉬웠지만 어떤 것은 언 땅 깊이 뿌리가 박혀 캐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뿌리가 깊이 박힌 것이 잎이 실했고 뿌리도 더 달았습니다.

겨울 같은 봄인지 봄 같은 겨울인지 알 수 없는 아침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금강소나무를 아십니까?
금강소나무는 나무가 곧고 단단해 예로부터 왕실의 건물이나 현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건물인데도 어디서인지 모르게 새어 나오는 찬바람에 손끝이 시려옵니다.
계절은 벌써 4월을 바라보고 있는데 몸으로 느끼는 계절은 아직도 12월을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추운 계절을 이제 좀 건너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앞에 또 다른 추위가 버티고 있으니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아침부터 안개가 낀 듯 하늘이 흐리멍텅 하더니 오후가 되면서 때아닌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겨울에 만나는 추위보다 3월 중턱에서 만나는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추울 것이라 준비하고 만나는 것과 따뜻할 것이라 준비하지 못하고 만나는 것의 차이겠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월에 내리는 눈을 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축제 준비를 하던 지방 단체들은 축제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군요.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것으로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가 무너지고 오늘도 여전히 겨울옷을 넣어두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추위를 피해봅니다.

날은 아직도 추워 저는 겨울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덧 봄이 오긴 했나 봅니다.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길어지고 저녁 창으로 저물어 가는 햇살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을 보면 왠지 시간을 더 벌어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침마다 아이들 뛰어가는 소리로 분주한 것을 보니 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했나 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 고함에 웃음소리에 선생님들의 호통 소리까지 더해져 시끌시끌합니다.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에는 학기 중에는 방학만 손꼽아 기다리다 방학이 되면 몇일 못 가 개학 날을 다시 기다렸습니다.

쌀쌀한 봄바람에 입맛까지 까칠해졌습니다.
이런 날에는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먹고 싶습니다.
아무 특별할 것 없이 냉장고에 남은 반찬에다 고추장만 넣고 쓱쓱 비벼 만 주셨는데도 숟가락을 놓기 힘들었습니다.

생각보다 강력한 꽃샘추위에 오려던 봄도 달아날 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길을 지나다 발견한 목련 나뭇가지 끝에는 솜털이 곱게 난 봉우리가 물이 올라 맺혀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봄이 되면 나뭇가지 색도 달라지고 산의 색도 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쉽게 따뜻해지지 않은 날씨처럼 사라진 입맛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것도 우리 주위에 음식이 많은 데서 오는 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염려는 늘고 그 자리를 영양제로 대신하려 합니다.

3월도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는 것처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불어옵니다.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입니다.
오늘은 두꺼운 외투를 벗고 화사한 봄옷을 꺼내 입어도 될 따뜻한 날씨입니다.
추위에서 벗어나면 온몸이 뻐근하고 아파옵니다.

드디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봄이 왔습니다.
아직은 거리에서 봄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만, 얼음 냄새나던 바람이 햇살 냄새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흔하게 볼 수 있던 제비들이 귀한 새가 되었습니다.

때늦은 봄비가 내렸습니다.
초봄에 내리는 비는 언 땅을 녹여 생명을 깨웠다면 오늘 내린 비는 이제 피어나려는 생명들에게 내리는 시련 같습니다.
간신히 피워낸 노란 개나리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생기를 잃고 축 늘어지고 소담스럽던 목련꽃은 꽃잎을 떨구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몰아내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길가에 서 있던 앙상한 목련 나무에 등을 켜 놓은 것 같은 소담스러운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앙상한 가지가 커다란 꽃송이를 떨어뜨릴 듯 안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녹색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방이나 공부방에는 녹색의 벽지를 사용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봄에 만나는 자연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새로 돋아난 여린 잎들도 돌 틈을 비집고 자란 이름 없는 풀들도 아름다운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케이크 위에도 딸기로 장식되고 딸기로 만든 음료수가 한창 맛있는 계절입니다.
봄마다 딸기 본고장에서는 딸기 축제를 열기도 하지요.
시선을 끄는 붉은 색과 달콤하고 새콤한 맛 그리고 그 모양까지 또 붉은색 과일이 노화를 방지한다고 하여 딸기는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과일 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