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늘 가지고 다니던 목걸이를 언뜻 본 것 같아.
근데 확신할 수가 없어서 그냥 목욕탕에서 나왔지.
아무래도 찜찜해서 다시 가서 찾았는데 그때는 안 보이더라고 어떡하지?
세심하게 신경을 쓸 것을 그랬네.
결국, 잃어버리게 되었구나?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못 해줘서 미안해요.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대답할 수 없어요.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더라도 당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우리가 만난 지 꽤 되었지만, 결혼에 대해 확신이 설 만큼은 아니에요.
서로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해요.
마음 많이 상했어요?

같이 밤낚시를 못 떠나서 미안해.
집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
짜릿한 손맛이야 오늘이 제격인데 말이지.
그냥 묻지 말고 내 몫까지 즐기다 와.
다른 친구들은 다 간다고 하지?
부럽기도 하고 다음에는 꼭 참석해야 하겠다.

00씨, 내가 사정이 생겨서 당직을 바꾸게 되었네.
미안하지만 수고 좀 해줘.
돌아오는 대로 맛있는 거 사줄게.
속으로 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다음에 자기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대신 바꿔주면 되지.
마침 오늘 일도 없다고 해서 부탁을 했네.

기다리던 하계휴가였는데 나 때문에 망쳐서 어떡해?
갑자기 식중독 증세로 병원 응급실행이 되어서 말이야.
여보, 정말 미안해.
지금쯤 푸른 해변에서 유유자적으로 멋지게 걷고 있을 텐데 하얀 건물의 벽에 갇힌 기분을 느끼게 했네.
다음에 더 좋은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거야.

선배님, 날도 더운데 이런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야유회 답사를 떠나면서 정확한 위치를 적어 놓은 메모를 책상 위에 놓고 와서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꿀밤을 주셔도 할 말이 없어요.
대신 저랑 하루 돌아다니면서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조금은 날려버리세요.
이제 어디로 떠나면 되나요?

우리가 같이 수강하기로 한 강좌가 인원이 꽉 차 버렸어.
그 교수님 인기가 워낙 좋아서 말이야.
네가 말했을 때 결정을 빨리했더라면 수강 신청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우유부단한 나의 성격을 탓하렴, 정말 미안하다.
대신 다른 강의를 찾아보기로 해.

사람 마음이란 게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나 봐.
네가 보기에 아마 나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내 딴에는 며칠 안에 월급이 나오니까 돈을 다 갚을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급한 곳부터 불을 끄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나 버렸네.
일부만 갚아서 미안해.

약속한 날짜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 미안해.
빌릴 때는 호언장담을 하였는데 사정이 그렇게 되어 버렸네 면목이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벌고 있고 구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줄래?

아침에 거울이 깨지면 나쁜 징조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있잖아.
좀 조심할 것을 그랬어.
네 차를 괜히 빌려서 수리비만 왕창 나오게 생겼네?
하필 그 자리에서 접촉사고가 날 게 뭐람.
거의 새 차에 가까운데 영광의 흠집을 남겨서 미안해.
말은 괜찮다고 하는데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이번 소풍 때 장기자랑 할 때 우리가 단연 돋보였잖아.
그래서 인기상이라도 탈 줄 알았는데 헛물을 켰나 봐.
괜히 나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해서 미안하네.
연습할 때 동선이나 표정, 눈빛까지 더 연습할 것을 그랬어.
너도 무척 아쉽지?

왠지 근심스러운 눈빛이네?
예상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안타깝게도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어.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으니 후회는 없어.
네가 기도해 준 보람도 없어서 어쩌니 괜히 미안한 데?
다음번을 기약하기로 하고 준비 철저히 하기로 해야지.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아서 미안해요.
요즘에는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이고 별 흉도 아니라고 하지만 애들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수 있어요.
또 초혼이 아닌 것도 마음에 걸릴 거예요.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요.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마세요.

꽃집에 들렀는데 벌써 준비한 꽃다발이 동난 상태더라.
늦어서 그 자리에서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졸업식에 그냥 빈손으로 오게 되었네? 미안해.
성인의 날을 축하해.
물론 선물은 있지.
현금으로 줄까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전에 네가 눈여겨보았던 카메라를 준비했어.
향수는 이미 있으니 두 개는 필요 없을 것 같았어.

네가 알려준 대로 약을 사 오지 못해서 미안해.
내 딴에는 당신이 말한 것보다 이게 더 나을 것 같았거든.
약사가 적극 추천을 해 주더라고 칼슘 함량이나 임상시험 결과나 뭐로 보아도 말이야.
하지만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니 다시 바꿔오는 수밖에 없겠지?

아이 돌잔치에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알고는 있었는데 그날 무슨 일이 생기는 바람에 돌잔치에 가는 도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큰일은 아니고 아이가 조금 다쳤다는 전화를 받았거든요.
아이 이모한테 맡겼는데 격하게 인라인을 타다 넘어져서 무릎 인대가 파열되었거든요.

우리의 관계가 어쩌다 소원해진 것일까?
아무래도 무뚝뚝한 나의 성격 탓이 클 거야.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너인데 좀 더 자상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야.
오늘 별일 없으면 같이 술 한잔 할래?

엄마 생신 때맞춰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날짜를 보니까 그날 당직에 걸렸어요.
물론 엄마는 바쁘니까 내려오지 말라고 말씀하시겠지만, 이번 생신 때는 같이 있어 드리고 싶었는데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말이에요.
일 마치는 대로 갈 거니까 서운해하지 마세요.

아버님 기일에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날 내려가는데 접촉 사고가 났는데 병원에 들렀다 가야 해서 아침이 되어 버렸네.
그래도 네 옆에 있으면서 같이 챙겨주고 싶었는데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
팔에 조금 금이 간 정도이니까.

살을 뺀다고 철석같이 약속하였는데 육중한 신체를 보면서 둔감해지기만 하네.
미안해.
자기 관리에 힘쓰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데 앞으로 조금 더 신경 쓰고 노력할게요.
사랑하면 무엇이든지 이해하려 노력만 할 것은 아닌 것 같아.
지켜봐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