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날이 추운 때에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온천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중에서도 하늘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야외온천을 즐기고 싶어집니다.
물론 하늘에서 눈이 내려준다면 더없이 완벽할 것입니다.

겨울은 참 재미있는 계절입니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계절임과 동시에 한 해를 또 시작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되니 가장 힘겨운 것이 역시 추위입니다.
날이 추우니 밖에 나가기도 쉽지 않고 한번 움직이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그 추위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고마운 것이 있습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실외와 실내의 온도 차이가 꽤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뽀얗게 김이 서리는 안경 탓에 출퇴근 시간이 훨씬 고돼졌습니다.
사람이 만원인 대중교통 안에서 안경을 닦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감기는 병원에 가서 약을 먹으면 7일이면 낫고 참으면 일주일이면 낫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감기로 일주일 이상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이비인후과마다 감기 환자가 대부분이고 거리에도 기침하거나 코를 훌쩍이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요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보면 얇은 교복 하나로 이 추운 겨울을 어찌 견디는 것인가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얇은 교복에 코트 하나만 걸쳤을 뿐인데도 두껍게 옷을 입은 우리보다 더 편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마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언가를 견뎌낼 기운을 잃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날이 추워지며 이전까지 저녁 시간이 되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인파가 많이 줄어든 듯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추위를 피해 퇴근을 서둘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유롭게 걷던 걸음은 종종걸음으로 바뀌고 여유로운 퇴근길은 그 여유를 잃어버렸습니다.

해가 짧아지면 밤이 긴 시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니 마치 하루의 중심은 해가 떠 있는 낮이 아니라 달이 뜬 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겨울이라는 시간에 어둠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가정은 김장을 모두 마치셨습니까?
어린 시절 저희 집의 겨울은 늘 김장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장해 놓아야 겨울을 보낼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좋은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귤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만큼 저는 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겨울이 점점 진해질수록 귤 내음도 진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그 세월만큼 우리가 겨울을 겪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 그렇게 여러 번 견뎠음에도 왜 해마다 겨울은 더 매섭고 더 힘겹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추위가 더 거세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우리가 추위에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날이 꽤 매섭습니다.
요즘은 아무리 날이 추워도 살이 터진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저는 겨울이 되면 학교에 찬 바람에 볼이 얼어 빨갛게 변하거나 볼이 터져 하얗게 일어나거나 심지어 피가 나는 아이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올겨울은 추위가 어찌나 매서운지 장갑을 끼고 있음에도 손끝이 얼얼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심장이 강하게 뛰고 있다고 해도 그 힘이 손끝까지 전해지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합니다.
손끝에는 온기가 전달되지 않아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합니다.

우리가 흔히 몸을 몹시 떠는 모양을 빗대어 사시나무 떨듯 한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뚝 떨어진 기온에 그야말로 우리 몸이 사시나무 떨 듯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입을 꼭 다물지 않으면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혀 딱딱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우리 속담에 눈을 떠도 코 베어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세상인심이 고약함을 뜻하는 말이지만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는 겨울바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람이 어찌 세차고 차가운지 어디에도 숨지 못한 코가 떨어져 나갈 듯합니다.

계속되는 추위에 코가 떨어져 나갈 듯하고 손가락 발가락에 감각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몸이 가진 온기는 미처 손가락 끝이나 발가락 끝에까지는 전해지지 못 하고 그 중간에서 바람에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실내에 들어오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얼얼하고 코끝이 찡하게 느껴집니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탓인가 요즘은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침인가 싶으면 금세 점심때가 되었고 점심이 지났나 하면 또 금세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자칫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결혼식 시즌이라는 것이 사라진 듯합니다.
예전에는 결혼은 봄이나 가을에 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봄의 절정인 5월에 가장 많은 사람이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여름에는 물론 한겨울에 결혼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바람이 차갑고 냉기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날에는 밖으로 나가 무엇을 하기가 겁이 납니다.
이런 날에는 그저 따뜻한 방에서 삶은 고구마와 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 국물을 함께 먹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물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재미있는 영화라도 한 편 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꼭 걸어 잠근 창문 어디에 틈이 있는 것인지 실내로 차가운 공기가 조금씩 새어 들어옵니다.
그 덕분에 책상 위에 놓아둔 따뜻한 차가 금방 식어버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난방을 따뜻하게 해도 벽에서 느껴지는 냉기와 틈새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겨울임을 증명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