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습니다.
날이 따뜻한 나라에 사는 사람보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배운 고사성어 중에 귤화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제저녁에만 해도 쌓일 것 같지 않던 눈발이 밤새 굵어져 길가를 온통 하얗게 덮어놓았습니다.
손끝에서 금새 녹아버리는 작은 눈송이가 이렇게 세상 전체의 색을 변화시키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바닥에 닿아 녹아버렸을 테지만 그다음에는 그 눈송이가 녹지 않고 바닥에 막을 만들고 그 이후에 내린 눈들이 한층 한층 쌓여 갔을 것입니다.

장님의 나라에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이사했습니다.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고 필요한 존재가 되었을까요?

한파의 영향으로 감기에 걸린 사람이 많습니다.
기침하거나 코를 훌쩍이는 사람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어릴 적보다 나이가 들면서 감기에 더 심하게 더 자주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하얀 눈이 발길을 잡아끄는 계절입니다.
하얗게 내리는 눈 때문인지 겨울은 노년기나 죽음을 의미하는 계절입니다.

날이 매섭게 춥습니다.
이렇게 날이 계속 춥다가는 봄이 오기 전에 땅이든 식물이든 모두 얼어버릴 듯합니다.
하지만 겨울이 추워야 봄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기기 위해 점점 더 강해지려 노력하고 약한 자신을 탓합니다.
탈무드에 보면 길가는 이의 옷을 벗게 하는 것은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었습니다.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오이가 어떤 계절에 자라는지 참외를 언제 수확하는가를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을까요?
요즘 시장에는 제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흔하게 과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맛이 덜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낮에도 찬 바람의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한겨울입니다.
하늘에는 분명 태양이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음에도 그 따뜻함이 땅에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쉽게 잊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장수한다고 합니다.
추위를 견디는 강인함이 강한 생명력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도 이 모진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날이 제법 춥습니다.
한강이 얼었다는 뉴스가 며칠 전에 보도되었을 정도로 이번 추위는 예년보다 더 빨리 찾아온 듯합니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추운 날에는 지붕에 쌓인 눈이 낮동안 녹아 흐르던 물이 얼어 만들어진 고드름을 잘라내는 것이 아침의 일과였습니다.

이중창에 커튼까지 달아놓았지만, 아침마다 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한기에 선뜻 이불 밖으로 몸을 내놓기가 힘듭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창밖의 공기에 정신이 번쩍 납니다.
차가운 공기로 머릿속을 씻어낸 듯 정신이 맑아집니다.

날이 어찌나 추운지 동파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수도관이 얼어 장사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찻집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감당하려 애를 써도 자연의 위력이 대단하여 모두 막아낼 수가 없습니다.

며칠째 기온이 떨어져 길거리에 고인 물이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아침 머리를 감고 덜 말린 머리로 등교하면 등굣길에 머리카락이 얼어버려 딱딱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교실로 들어가 난로 옆에 서면 머리카락이 녹으며 머리에서 하얀 김이 피어났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마치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입가에서 나온 김은 멀리까지 번집니다.
이렇게 입과 코에서 입김이 나오는 겨울에는 마치 제가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그에 따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점점 힘겨워집니다.
겨울은 참으로 인색한 계절입니다.

여러분은 한 번 간 곳을 잘 기억하시나요? 다음에 그곳에 갈 때 그곳의 지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으십니까?
저는 길눈이 매우 어두운 편입니다.
낮에 걸어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저물면 생전 처음 와 본 길처럼 느껴집니다.

예전에 읽은 어느 책에 그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아무것도 아닌 구절에 자꾸 마음이 갔던 것은 그때 제 삶이 좀 고단했던 탓일 듯합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 어려움과 고단함은 어느새 열심히 살았던 제 삶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그때는 그것이 전부라 믿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가슴 졸이던 그 어려움을 곧 지나가고 그 자리에 다른 순간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자꾸 따뜻한 것만 찾게 됩니다. 따뜻한 외투를 입고 따뜻한 차를 주문하고 따뜻한 곳에 들어가게 되는 하루입니다. 지난여름 차라리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각오는 어디로 갔는지 얼른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신음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옵니다.
이런 날씨에는 낯선 사람의 체온을 나눠 갖는 것에도 행복을 느낍니다. 이전 사람의 체온이 남겨진 의자에 앉으며 엉덩이로 전해지는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오늘같이 바람이 차고 햇살마저 얼어버린 날씨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가진 작은 온기를 나눠주는 것이 어떨까요. 차 한잔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낼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