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찾아뵈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스승의 날 기회가 되어 친구들과 같이 왔어요.
반갑게 전화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으셨으면 어쩌나 사실 걱정을 하기는 했습니다.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려고 했는데 도리어 사 주신다고 하니 저희가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선생님 곧 생신이시라 저희가 작은 선물을 준비해 왔거든요.
고등학교 때 철없던 저희가 아니라니까요.

선생님, 직접 뵈니 눈물이 핑 돌아요.
저희 고 3때 얼마나 방황을 많이 했고 선생님이 많이 다독여 주셨잖아요.
한때의 방황일 뿐이며 지금보다는 멋진 미래를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담임선생님이 계셨기에 무난하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5월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러 찾아오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올해 또 수험생의 담임을 맡으셨다면서요?

교장 선생님의 속을 썩였던 그 세 친구 맞습니다.
오랜만에 중학교를 찾았더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재직 중이실 줄은 몰랐는데 아직 정정하신대요?
환갑을 바라보는 연세에 아이들을 호령하는 목소리도 여전하십니다.
사실은 그냥 찾아온 것은 아니고 교장 선생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올봄에 수술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친구들과 오랜만에 추억의 교정을 걸으니 새로웠는데 사실은 선생님 생신도 이즈음인 것으로 기억해서 불쑥 찾아왔어요.
또 스승의 날도 있는 달이잖아요.
겸사겸사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멋쟁이 중학교 때 한국지리 선생님을 잊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지금도 선생님 인기는 학교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지요?
전과 다름없이 어려지시는 비결이 뭔가요?

선생님, 저희 동창회를 모교에서 하게 되었어요.
초등학교는 언제 와 봐도 좋은 것 같아요.
철없이 운동장을 누빌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희가 성인이 된 걸요.
몸은 컸는데 정신도 키만큼 자랐기를 바라는데 말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무던히 노력해야 하겠지요.
막상 뵙고 싶은 분을 뵈니 무슨 말씀을 드려도 벅차네요.

이야, 오늘 쟤 너무 예쁘지 않냐?
하긴 웨딩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쓰면 안 예쁜 신부가 어디 있겠냐?
누구는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시집도 잘 가는데 우리는 이게 뭐니.
만나는 사람은 있어?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를 떨어도 어쩌면 어색하지가 않다.
내려갈 차 시간이 괜찮으면 좀 더 있다가 가도 좋은데 말이야.

내가 만약에 그쪽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동안 했었어요.
그렇다면 내 생활에 더 열정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쪽이 없었다면 내 삶은 약간 공허했을 거예요.
좋아했어요.
지금에 와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선생과 제자가 아니라 평범한 남자, 여자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나네요, 언니.
동네 언니의 소개로 만나서 편지를 주고받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생각해 보면 언니의 그림 실력을 좋아했고 부러워했으며 동경했는데 시간은 꽤 흘러서 약속을 잡아야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네요.
앞으로도 언니가 좋은 일이 생기면 연락하고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한 동네에서 같이 숨바꼭질하고 몇 번은 서로 집에서 잔 것도 기억나?
우리가 뛰어놀던 때에는 이 공터도 운동장처럼 넓어 보였는데 어른이 되어서 와서 보니 손바닥만 하기만 하다.
명절이 되어 가끔 고향에서 만나니 나는 반갑고 좋은데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말이야.
연락처 주고받아서 종종 연락하고 만날 수 있으면 밥도 같이 먹고 그러자.

내려오는데 차 많이 막혔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우리 아들!
바쁘면 안 와도 된다니까 꼭 명절이라고 찾아왔어?
기특하고 고마워서 그렇지.
나중에 또 차 막혀서 돌아갈 텐데 염려되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도 일 년에 몇 번 얼굴 보는데 엄마는 그날만 보고 사는 거지.

세상 모든 일이 다 내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으니 말이야.
퇴사하고 많이 힘들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꽤 힘든 결정이었어.
지금은 이렇게 서로 자리 잡고 좋아져서 만났지만, 권고사직을 받았을 때는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 더 잘 될 거로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여기자고.

우리 예전에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는데 너는 어땠어?
운동장에서 금을 그려서 함께 뛰어놀기도 하고 군고구마도 구워 먹기도 하였는데 한 번은 화장실에서 불이 나서 다들 대피하기도 하였잖아.
초등학교 동창회가 이래서 좋은 것이 아닌가 싶어.
나는 막상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했는데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거.
만날 수 있을 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잘 지내셨어요, 어머니?
저를 매정한 어미로 만드신 것은 어머니시지만 늘 죄송하고 고맙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 ○○이 잘 키워주고 계시다는 말은 들었어요.
아이 아빠랑 좋지 않게 결과를 보여 드렸지만, 가끔 이렇게 어머니 뵙고 아이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생각해 보면 우리 그때 한참 철이 없었지?
선생님들 눈 피해서 만화책 읽고 떡볶이 먹으러 분식집에 가고 담에 개구멍을 만들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말이야.
그 시절에는 무엇을 하든지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마 너와 함께였기에 재미가 있었고 열정이 있었나 봐.
학창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런 말 하니 다시 그 기분이 되네?

나도 중국 유학 갔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 학기 더 연장하여 현지에서 수업을 받고 싶었지만 살면서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는 거잖아.
네가 1년 정도 더 머물렀다고 하니 나로서는 부럽기는 하다.
아마 내가 떠나고 그곳이 더 번화하였을 것 같은데 어땠어?
얼굴은 좀 야윈 것 같은데 만날 공부만 한 것 아니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지나간 사람은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
나도 그 말에 동의하였는데 우리 그렇게 깊이 사귄 것도 아니었잖아?
너한테 연락 왔을 때 못 만날 이유도 없겠다 싶었어.
은근히 기뻐서 잠을 못 잔 것도 있고 말이야.
얼굴이 좀 안되어 보이고 푸석푸석해 보이지 않니?
오랜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너는 하나도 안 변했네.

처음에는 다 눈물뿐이지만 두 번째 휴가 나가니 다들 맹숭맹숭해.
부모님도 버선발로 안 나오시고 친구들도 피하고 말이야.
나 잊지 않고 휴가 때마다 만나주는 친구는 너밖에 없다.
너 결혼하면 내가 제일 슬플 것 같은데 어쩌니 그러지 말고 다른 좋은 사람 없으면 나랑 결혼하는 것은 어떠냐?
내가 능력 있는 남자가 된다면 한 번쯤 생각해 주는 거지?

오랜만에 만나는데 얼굴이 좋아 보여 다행이다.
그래, 너를 버린 남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여자랑 행복해하고 있잖아.
네가 울고불고 아파도 신경도 안 쓴다는 말이다.
이제 다 털어버리고 기운 차려서 다시 생활해야지.
그 남자 보다 열 배, 백 배 나은 사람 만나서 더 행복한 모습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복수라는 말이야.

오늘 전역해서 나왔는데 어떻게 반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
나는 이렇게 누구 만날 때마다 절절하게 가슴이 아픈데 말이야.
나 눈에 눈물 그렁그렁 맺힌 거 보이냐?
마음이 바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다행이지.
일단 너희 만나서 반갑고 적당히 마신 다음에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여쭈어야지.

왜 그동안 통 못 왔어?
이렇게 축제 모금하러 돌아다닐 때야 볼 수 있다니 속상하다.
이번에 잘해서 우리 가게도 홍보를 좀 많이 해 주었으면 좋겠네.
나중에 친구들하고 한 번 들러.
내 서비스 많이 올려 줄 테니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단골인데 어떻게 내가 그냥 있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