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눈사람이나 하얗게 쌓인 눈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쌓인 눈을 보면 그 위에 발자국을 내고 쌓인 눈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직성이 풀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눈이 온다는 소식에 막힌 도로와 더럽혀질 신발이 먼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하얗게 눈이 내리는 제가 행복함을 느끼는 날씨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십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때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고 잠자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내린 많은 눈으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농가 하우스가 내려앉아 재배 중이던 채소와 과일이 상하고 축사가 무너져 가축들이 해를 입기도 했으며 도로가 눈으로 덮여 교통이 한동안 정체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내린 눈은 떨어진 기온 탓에 쉽게 녹지 않아 이 피해가 복구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됩니다.

밤새 하얗게 내린 눈으로 세상이 모두 덮였습니다.
세상이 모두 한가지 색으로 덮이니 한결 조용해진 듯합니다.
시끄럽던 자동차 소리도 멈춘 듯하고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눈 속에 잠긴 듯합니다.

시커먼 하늘에서 신기하게도 하얀 눈이 쏟아집니다.
구름은 검은색인데 그 속에서 뱉어내는 것들은 흰색입니다.
그리고 땅에 내려오면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시 검은 빛으로 변해버립니다.

눈이 많이 왔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네요.
어린 시절 제가 좋아한 눈은 장독대 위에 쌓인 손대는 것이 아까울 만큼 하얀 눈이었습니다. 지금의 거리에는 회색으로 물들어 본연의 색을 잃은 눈만이 있습니다.
자신의 색을 잃은 눈은 차를 더럽히고 구두를 더럽히고 바지 끝을 더럽힙니다. 자신이 가진 본연의 색을 잃었기 때문에 그 눈은 더는 환영의 인사를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여기에 계신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가진 본연의 색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자신이 가진 색을 찾아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 어느 자리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겨울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눈사람이나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을 생각해 낼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침에 쌓인 눈을 보고 밥도 먹지 않고 나가 눈밭을 뛰어다녔습니다. 눈이 내리는 것이 행복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눈에 대한 그리움도 사라졌습니다.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출근길이 생각나고 더럽혀질 구두가 생각나 어서 그치기를 어서 녹아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바라볼 잣대가 매우 현실적이 되어버립니다. 이번 주는 눈이 많이 왔습니다. 날이 추워 거리에 쌓인 눈이 쉽게 녹지 않을 듯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번 한 주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